본문 바로가기
Review/Game

포켓몬 소드

by 세일린 2019. 12. 25.

사실 발매 전에 악평이 많아서 기대는 커녕 예구 취소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20년 포켓몬 팬으로서 일단 해보기는 하자고 생각해서 샀는데 예상 외로 너무나도 재밌었습니다. 한달동안 플레이타임 80시간을 찍을만큼 열심히 했는데, 그것도 대전 없이 순수 인게임에서 돌아다니면서 기록한 시간입니다. 덕분에 정말 오랫만에 도감을 다 채우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많은 게임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 정말 최고의 게임이고, 근 10년 동안 한 포켓몬 중에서도 가장 재밌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재미있었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1. 포켓몬 도감을 채우는 게 쉽고 즐겁다

 

(와일드 에리어) 그동안 포켓몬 게임에서는 야생에선 진화체 포켓몬이 드물게 나오고, 특히 돌로 진화하는 포켓몬 등은 전혀 나오지 않는 게 흔히 말하는 국룰이었습니다. 포켓몬 소드는 이런 관습을 타파하여 와일드 에리어에 가면 최종 진화체를 잔뜩 잡을 수 있습니다. 날씨마다 나오는 포켓몬이 바뀌고, 다이맥스굴도 엄청 많아서 정말 다양한 포켓몬을 와일드 에리어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일단 포켓몬을 키면 먼저 와일드 에리어를 빙빙 돌게 되더라구요. 도감 완성 이후에도 고개체 포켓몬을 잡으려면 와일드 에리어를 돌아야하는데 나오는 포켓몬 종류가 워낙 많으니 노가다성이 있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인카운터) 포켓몬 소드에는 레츠고에서 처음 나온 심볼 인카운터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포켓몬 레츠고에서는 진짜 야생을 돌아다니는 기분은 들었지만 역시 랜덤 인카운터가 없어 밋밋한 느낌이 있었죠. 포켓몬 소드에서는 심볼 인카운터와 랜덤 인카운터 두개 다 적용하는 신의 한 수를 놓았습니다. 랜덤 인카운터는 ! 표시가 난 곳에 직접 가야 포켓몬을 만나게 되서 기존 작품처럼 몇 발자국 안가서 계속 포켓몬을 만나 짜증나는 것을 방지했는데, 이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심볼과 랜덤에서 나오는 포켓몬이 달라서 같은 풀숲도 한참 뒤지면서 정말 다 잡았나 확인하게 되더라구요. 일단 보이는 애들(심볼)은 무조건 다 잡으면서 숨은 애들(랜덤)이 있나 찾아보게 되면서 일반 풀숲에서도 체류하는 시간이 엄청 늘었습니다.

 

2. 유저 친화적으로 편리해졌다

 

포켓몬은 사실 세대가 지나면서 계속 편리해져 왔습니다. 저는 3세대에서 알을 까봤는데 그때 고개체 뽑기는 정말 지옥이었죠. 제 기억으론 양 부모로부터 최대 2개까지만 유전이 되어서 거의 운에 모든 것을 맡겨야 했습니다. 대충 3V에 나머지 20 이상만 돼도 충분했는데 그거 뽑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6세대 빨간 실이 나오고 정말 천지개벽하는 기분이었어요.

 

이번 8세대는 물론 알까기도 편해졌지만 게임이 전반적으로 편리해졌다고 느꼈어요. 비전머신을 따로 익히지 않아도 공중날기택시나 로톰 자전거로 물위를 달릴 수 있는 게 아주 좋았어요. 포켓몬 박스도 센터에 가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는 심판도 가능하더라구요. 예전의 비전통 들고 다니던 불편함을 추억삼아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이런 부분은 개선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기술은 다이맥스굴과 BP 파밍을 위해서인지 1회성 기술머신인 기술레코드로 일부 기술머신이 바뀌었는데 살짝 아쉬웠어요. 이해는 충분히 가고 파밍이 어려운건 아니지만 좀 별로네요.

 

3. 캐릭터가 귀엽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스샷 찍어놓은 게 이거밖에 없어서.. 제 방순이입니다. 6세대 XY때 커마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번 소드는 커마도 훨씬 늘어나고 전체적으로 더 캐릭터에 역점을 둔 느낌입니다. 7세대 때에는 표정 변화가 하나도 없어서 사이코패스로 그려진 2차 창작 만화도 있었는데, 그걸 제작진이 봤는지 이번에는 나름 표정 변화가 있습니다. 호평이 많은 마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쿨 시크하면서도 귀여웠어요. 그런데 그 오른쪽 머리는 어떻게 된건지.. 거기만 투블럭처럼 다 밀어버린 건 분명 아닐텐데 미스테리입니다.

 

저는 유출된 화석 포켓몬을 보고 8세대 포켓몬의 디자인이 엉망이겠구나 선입견을 갖고 있었어요. 막상 해보니 그런데 이상하게 생긴 애들은 소수이고 대부분 멀쩡하게 생겼더라구요. 진화전과 진화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향은 좀 있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울머기와 인텔리레온을 보면 1세대처럼 진화후도 귀여우면서 강해보이는 그렇게 디자인할 수는 없었나 생각이 들긴 해요.

 

오랫만에 재미가 붙어서 알까기와 대전까지 해볼까 했는데 금방 포기해버렸어요. 노력치도 포켓몬잡으로 주면 되는데 이제는 그냥 귀찮더라구요. 렌탈 기능이 있는 모양인데 그거도 귀찮고.. 그냥 즐겁게 80시간 플레이한 것으로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Review > Ga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무쥬라의 가면  (0) 2020.11.24
영웅전설 시작의 궤적  (0) 2020.09.21
영웅전설 섬의 궤적 4  (0) 2019.04.13
섬의 궤적 4 일기  (0) 2019.03.14
저지 아이즈 : 사신의 유언  (0) 201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