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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일하지 않을 용기

by 세일린 2026. 6. 17.

 

1. 저자 : 데이비드 프레인

 

2. 내용 및 느낀점

 

"가짜 노동"처럼 여러 일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인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논문에 가까운 책이었다. 문장이 만연체인 데다가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어려운 발언이 계속 인용되어 읽기가 꽤 고역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의식만큼은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일, 특히 유급 노동은 자아실현의 바탕이자 윤리적으로 신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모두가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일하지 않는 실업자는 비윤리적이거나 사회에 기생하는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사람은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노동이 점점 세분화되고 통제되면서, 개인이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하기보다 기계의 부품처럼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의 일부 학자들은 기술이 발전하면 노동 시간이 줄고 여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현대인은 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소비하고, 그 소비를 위해 다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오래 일해야 하고, 그 결과 여가는 더욱 줄어든다. 사람들은 이처럼 노동과 소비가 서로를 강화하는 소비 자본주의의 덫에 빠져 있다. 이 과정에서 유급 노동은 한 사람의 삶에서 더욱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하는 삶 자체도 더욱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일 중심의 삶을 거부하고 대안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취재한다. 이들이 겪는 물질적 곤궁과 사회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율적인 삶에서 느끼는 충만감도 함께 전달한다. 또한 일 없는 사회, 또는 일이 존재하더라도 모두가 지금보다 적게 일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결단뿐 아니라 사회적 변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 현대 사회의 시민으로서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며, 자아실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활동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그러한 관점 자체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통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노동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는 일을 개인의 용기와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는 점이 좋았다. 일하지 않을 용기를 내더라도 생계와 사회적 시선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기본소득 이야기가 나오는데,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AI와 기본소득을 떠올리게 된다. AI의 발전은 인간을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유급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고, 더욱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살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고용 안정성을 해치고 부를 일부에게 집중시켜 우리를 더욱 일에 종속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AI 또한 현실적으로는 과거 역사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기본소득을 포함해서 사회 전체에 골고루 분배하는 방안이 여러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어 일말의 희망이 느껴진다. 부디 이런 희망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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