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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Financial

국민연금에 대한 개인적 고찰

by 세일린 2018. 8. 13.

나도 직장을 갖게 되면서 국민연금에 가입되었고, 가입을 축하(?)한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런가 보다 하고 별 생각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최근 국민연금 개정이 큰 이슈가 되고 있어서 과연 이 국민연금이란 제도가 무엇인지 흥미가 생겼다.


국민연금은 흔히 생각하는 정년퇴직 후 받는 노령연금 외에도 종류가 있는데, 일단 노령연금에 집중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명목 소득대체율에 속지 않기 위해 연금을 계산하는 공식을 뜯어보았다.


지급보증 문제, 연금 개악 문제 등으로 확답하기 힘든 질문이지만 현재의 국민연금법(시행 2018. 6. 20.)으로 계산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편의 상, 노령연금의 기본연금액에 초점을 맞추었다. 부양가족연금액은 어짜피 정액이니까..


국민연금법 제51조 및 제63조에 의거


  기본연금액 = 1.2*(A+B)*(1+0.05*n)/12


  A : 연금수급 직전 3년간의 국민연금 전체가입자 기준소득월액의 평균액 (2018년 기준 2,270,516원)

  B : 가입자의 가입기간 중 기준소득월액의 평균액

  n : 20년 초과 가입년수(최대 40년까지 인정)

  단,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20년 이하인 경우 위 계산식으로 구한 기본연금액에 가입년수/20년을 곱하여 구함


흔하 말하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40%이라는 것은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을 버는 즉, A=B인 근로자가 국민연금을 40년간 가입 및 납부했을 때 나오는 수치이다. 계산식에 넣어보면 아름답게 기본연금액 = 0.4A가 나온다.


소득대체율 40%라는 말만 보면 퇴직 후에도 내가 받던 급여의 40%를 받으며, 나름 걱정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계산식을 뜯어보고 나서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최대 연금을 받기 위한 년수인 40년을 채우는 게 불가능하다.. 정년까지 간다는 가정 하에도 대졸 첫 취업 나이를 고려하면 잘해봐야 34년 정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법 제18조에 의거 군복무를 6개월 가입기간으로 인정해 주는데..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가입기간 35년, 빠르게 취업해 정년까지 간다는 상당히 빡빡한 전제 하에서도 이미 소득대체율 5%가 떨어져 나간다.


둘째로, 기본연금액을 결정하는 두 요소인 A값과 B값을 봐야 한다. 기본연금액은 반은 A값을 기준으로 받고, 반은 B값을 기준으로 받는다. A, B값을 구하는 데에 쓰이는 기준소득월액은 비과세소득, 실적급 등을 제외한 지급하기로 정해진 모든 과세소득이라고 한다.


2018년 현재 A값은 2,270,516원으로, 계산식 상 이보다 많이 버는 사람은 자신의 소득 대비 소득대체율이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A값보다 적게 버는 사람은 자신의 소득 대비 소득대체율이 올라간다. 국민연금이 인정하는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이 2018년 현재 468만원(대략 연봉 5,616만원)으로 잡혀있어서 그런지 A값이 꽤 낮다는 생각이 든다.


B값은 가입기간 전체의 기준소득월액의 평균액을 구한 값이다. 당시 소득에 재평가율을 곱해서 물가 상승률만큼은 보전을 해준다. 그렇지만 아직도 호봉제의 영향이 있는 한국의 임금체계를 생각해보면 최근 몇년간의 평균액보다 당연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누구나 최근 몇년간의 소득을 바탕으로 소득대체율을 계산할 것이기 때문에, 은퇴자들는 생각보다 소득대체율이 더 떨어진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임금피크제의 영향을 적게 받는 좋은 점도 있다.


이제 실제로 기본연금액과 소득대체율을 사례를 들어 구해보자.


35년의 가입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A값의 1.5배를 벌어 2018년에 은퇴한 노동자를 가정해보겠다.


  기본연금액 = 1.2*(2,270,516+3,405,774)*(1+0.05*15)/12 = 993,351원

  2018년 5월 국민연금공단이 낸 통계에서 20년 이상 가입자의 평균 노령연금액이 910,420원이라고 나오는데, 소득이 높고 가입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개정 전의 짱짱한 연금 수급자만큼 받을 수 있었다.


  평균 소득인 3,405,774원을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을 계산해보면 29.17%가 나온다. 가입기간의 평균 소득이 341만원이 나오려면 은퇴 직전 몇년간은 훨씬 많이 벌었을 테니 체감 소득대체율은 훨씬 낮을 것이다.


결론은 40%라는 명목 소득대체율에 속지 말고, 실질 소득대체율을 챙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신뢰


국민연금은 2~30%의 소득대체율을 가정해도, 개인 기여분은 고작 소득의 4.5%밖에 되지 않기에 연금 수급 후 5~6년이면 원금을 다 회수할 수 있다(직장가입자 기준). 국민연금이 사라지면 회사가 지급하는 4.5%를 임금으로 보전해주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지만, 전국민적인 합의나 운동에 의해 강제되지 않는 한 힘들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60세가 넘어 국민연금 납부의 의무가 사라지신 분들에게 추가적으로 돈을 지급하고 있지는 않고..


그래서 잘 사는 동네의 사람은 미성년인 자녀를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시켜 미리부터 납입기간을 쌓고 있다고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텐데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준수한 수익율을 올리고 있지만, 순수하게 수익율 만으로 연금을 지급할 여력은 절대 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국민연금 제도는 결국 미래세대가 과거세대를 지원하는 행위가 없으면 유지될 수 없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사회구조를 보면 미래세대가 과거세대를 떠받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드는 상황이다. 출산율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를 80~90년대생이 받아내는 것까지는 지금 쌓인 연금 재정도 있고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현재 2~30대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재정고갈을 이유로 국가에서 지급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지만, 몇번의 개악을 거쳐 용돈보다 못한 돈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 개혁은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개혁 한번 할때마다 안그래도 없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는 박살이 날 것이다. 할거면 제대로 연구하고 제도를 짜서 10년도 안되서 재정고갈난다고 다시 개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국민연금 제도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보지는 않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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